12. 대통 선본(大通善本) 선사
/ 1035~1109
스님의 법명은 선본(善本)이다. 원조 종본(圓照宗本)스님의 법제자이며 영주(領州) 사람으로 동중서(董仲舒)의 후손이다. 젊은 나이로 많은 경서를 읽고 연구하였으나 벼슬에는 뜻이 없어 서울에서 승과를 거쳐 도첩을 얻었다. 서광사(瑞光寺) 종본스님을 찾아가 종지를 깨쳤으며 쌍림사(雙林寺) 주지로 세상에 나갔다가 다음에 정자사의 주지가 되었다. 신종(神宗)은 그의 이름을 듣고 조서를 내려 상도(上都) 혜림선원(慧林禪院)의 주지로 명하고 대통(大通)이라는 법호를 하사하였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우러러봐도 하늘은 보이지 않고 굽어봐도 땅을 볼 수 없으며 허공이 꼭 막혀 있으니 피할 곳도 없다. 그대들을 위하여 환히 밝혀주겠으니, 맞지 않거든 남산에 가서 별비사(鼈鼻蛇)를 한번 보아라.”
그리고는 주장자를 내던지고 법좌에서 내려왔다.
한 스님이 물었다.
“보배탑에는 원래 꿰멘 자리가 없는데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주시렵니까?”
“아지랑이와 노을은 등 뒤에서 피어나고 별과 달은 처마 기둥을 맴돈다.”
“보배탑 속에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하루 종일 태평성대의 일을 알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구름 깊은 고을에 눌러앉았다.”
“최고의 경지에도 다시 일이 있습니까?”
“너무나 욕심이 많구나!”
상당했을 때 한 스님이 물었다.
“이 일을 논하자면 마치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과 같으니, 학인이 방장실로 올라와 한 수를 청하리리까?”
“애초에 진 바둑을 가지고 잘못 두었다느니 잘 두었다느니 하느냐.”
“더 가까이 가는 길은 없습니까?”
스님은 주장자를 한 차례 내려치고 말하였다.
“이 한 점이야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다면 흑백이 나눠지기 전에는 어떻습니까?”
“한 점이면 넉넉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어떻게 앞으로 걸아 나가야 합니까?”
“위험하다.”
“그래도 이렇게 가겠다면 어떻게 됩니까?”
“온갖 잡귀들이 모두 부서진다.”
한 스님이 물었다.
“여름 안거의 노고를 칭찬하는 일은 그만두고, 앞으로의 일은 어떻습니까?”
“반들반들 빛나도록 삭발하고 깨끗하게 바리때를 씻어라.”
“스님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그래 가지고는 물 한 방울도 소화해내기 어렵겠구나.”
찬하노라.
모든 인연 다 끊고서
자신의 본성만을 밝히니
우러러보아도 하늘 볼 수 없고
머리를 숙여도 땅이 보이질 않는다
성인 경지에 거뜬히 들어가
운문호떡의 기연을 꿰뚫었고
많은 경전을 읽고 연구하여
동중서같이 학문에 뜻을 품었네
아지랑이 노을은 등뒤에서 피어난다 하니
무봉탑에서 이름과 모양을 힘써 찾았고
흑백이 나뉘기 전에
한판 바둑을 그럴싸하게 가르쳐 주었네
백척간두에서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니
깎아지른 벼랑처럼 험준하고
여름 안거에 선당(禪堂)에서 반들반들하게 삭발하나
물 한 방울 녹여내기 어렵구나
곧은 낚시에 좋은 미끼 있어
푸픈 바다 들어가 금 자라를 낚았으며
두 눈에 눈동자 없는 사람이
남산에서 별비사를 보리라
하루종일 태평성대의 일 알지 못하나
해골의 알음알이 모두 재가 되지 않았고
일생을 구름 깊은 고을에 앉아 있어도
성이다 범이다 하는 차별심은 아직도 못다 씻었네
벽오동 그늘 우거진 곳
혜림사 봉황 둥지 안온하고
소낙비 소리 요란할 때
남탕산 늙은 용은 팔뚝을 떨치며 일어선다
고삐 없어진 곳에
팔각 망치를 던져내고
허공을 가뜩 메워
온 누리 사람에게 빠져나갈 곳 없게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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