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의 삼구어(三句語)를 노래함
또 다른 송 8구
덕산(德山)에 사는 문인 원명대사연밀(圓明大師緣密)이 쓰다.
하늘과 땅을 덮고 담는 귀절[函蓋乾坤]
하늘 땅과 삼라만상
그리고 천당 지옥은
무엇이든, 어디든 진리의 나타남이니
진상(眞相)이 나타나 하나도 모자람 없네
乾坤并萬象 地獄及天堂
物物皆眞現 頭頭總不傷
모든 흐름을 끊어버리는 구절[截斷衆流]
산처럼 바위처럼 쌓이는 것은
낱낱이 모두가 티끌이구나
여기서 현묘한 이치를 논하려 하면
얼음녹듯 기와쪽 부서지듯 없어지리라.
堆山積岳來 一一盡塵埃
更擬論玄妙 氷消瓦解搔
파도를 타고 물결을 따르는 구절[隨波逐浪]
기막힌 말솜씨로 질문을 하며
올렸다 내렸다 해도 조금도 흠 없으니
병에 따라 약을 주듯
상황에 따라 진맥을 하네.
辯口利舌門 高低總不虧
還如應病藥 診候在臨時
3구 밖에 따로 한 구절[三句外別置一句]
학인을 대하여 거량하고 제창한다면
3구가 어찌 다 포함할 수 있으랴
누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면
남악(南岳)과 천태(天台)로다 하리라.
當人如擧唱 三句豈能該
有問如何事 南岳與天台
칭찬하고 깎아내리는 구절[褒貶句]
금가루도 눈에 들면 눈병이 되고
옷 속의 구슬도 법(法)에서 보면 한낱 티끌이라네
신령한 자기마음도 안중에 없는데
부처와 조사는 누구를 제도한단 말인가.
金屑眼中翳 衣珠法上塵
己靈猶不重 佛祖爲何人
멀고 가까움을 가려내는 구절[辨親䟽]
문자 이전의 도리를
헤아린다 해도 이미 전도인데
게다가 말을 통해 이해한다면
인도 땅만큼이나 영판 멀어지리라.
黑豆未生前 商量已成顚
更尋言語會 特地隔西天
삿되고 바름을 가려내는 구절[辨邪正]
어떠한 모습으로도 진실된 이치를 말할 수 없고
온갖 인연으로 분명히 가려내지 못하네
저쪽 산 귀신소굴에 들어앉아서
망상꾸러기를 면치 못하네.
罔象談眞旨 諸緣未辨明
守他山鬼窟 不免是精靈
주인과 객을 회통하는 구절[通賓主]
멀리 바람따라 찾아와 물으니
분명히 “쉬라” 말했지
재삼 말 해주어도 깨닫지 못하거든
잡일이나 하고 지내라
自遠趨風問 分明向道休
再三如不暁 消得個徭頭
알음알이를 털어내는 구절[擡薦商量]
서로 만나도 눈 깜짝않고
그대는 동쪽으로 나는 서쪽으로 간다오
붉은 노을은 푸른 바다를 뚫고
밝은 해는 수미산을 둘렀어라.
相見不揚眉 君東我亦西
紅霞穿碧海 白日繞須彌
요점을 들어 헤아리는 구절[提綱商量]
정곡으로 강령을 펼치려느냐
드넓은 대지가 되면 될 뿐이다
섬뜩한 칼날 부딪치려느냐
칼끝 들키는 꼴 면치 못하리.
若欲正揚綱 直須大地荒
欲來衝雪刀 不免露鋒鋩
실제(實際)에 입각하여 헤아리는 구절[據實商量]
잠 오면 졸고 때 되면 밥 먹으니
앉고 섬이 결코 다른 일이 되게 하지 말라
한가지 도를 다 알고 말에 현혹되질 않아
시방찰토를 바로 앞에 본다네.
睡來合眼飯來餐 起坐終諸勿兩般
同道盡知言不感 十方刹土目前觀
자세히 헤아리는 구절[委曲商量]
자재한 작용을 얻은 뒤로 곳곳마다 통하고
상황에 맞게 방편을 세우니 가풍을 알겠네
눈썹 드날리고 눈 깜작임 매한가지 눈이니
불자를 세우고 선상을 때림은 귀머거리를 위함이로다.
得用山來處處通 臨機施設認家風
揚眉瞬目同一眼 堅拂敲牀爲耳聾
복주(福州) 고산(鼓山)에 사는 원각종연(圓覺宗演)이 교정 감수하다. (판본(板本)은 복주의 고산에 있으며, 왕일(王溢)은 간행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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