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운문록 雲門錄

운문의 삼구어(三句語)를 노래함. 또 다른 송 8구<終>

쪽빛마루 2015. 5. 25. 06:52

운문의 삼구어(三句語)를 노래함

또 다른 송 8구

 

 

  덕산(德山)에 사는 문인 원명대사연밀(圓明大師緣密)이 쓰다.

 

하늘과 땅을 덮고 담는 귀절[函蓋乾坤]

 

하늘 땅과 삼라만상

그리고 천당 지옥은

무엇이든, 어디든 진리의 나타남이니

진상(眞相)이 나타나 하나도 모자람 없네

乾坤并萬象  地獄及天堂

物物皆眞現  頭頭總不傷

 

모든 흐름을 끊어버리는 구절[截斷衆流]

 

산처럼 바위처럼 쌓이는 것은

낱낱이 모두가 티끌이구나

여기서 현묘한 이치를 논하려 하면

얼음녹듯 기와쪽 부서지듯 없어지리라.

堆山積岳來  一一盡塵埃

更擬論玄妙  氷消瓦解搔

 

파도를 타고 물결을 따르는 구절[隨波逐浪]

 

기막힌 말솜씨로 질문을 하며

올렸다 내렸다 해도 조금도 흠 없으니

병에 따라 약을 주듯

상황에 따라 진맥을 하네.

辯口利舌門  高低總不虧

還如應病藥  診候在臨時

 

3구 밖에 따로 한 구절[三句外別置一句]

 

학인을 대하여 거량하고 제창한다면

3구가 어찌 다 포함할 수 있으랴

누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면

남악(南岳)과 천태(天台)로다 하리라.

當人如擧唱  三句豈能該

有問如何事  南岳與天台

 

칭찬하고 깎아내리는 구절[褒貶句]

 

금가루도 눈에 들면 눈병이 되고

옷 속의 구슬도 법(法)에서 보면 한낱 티끌이라네

신령한 자기마음도 안중에 없는데

부처와 조사는 누구를 제도한단 말인가.

金屑眼中翳  衣珠法上塵

己靈猶不重  佛祖爲何人

 

멀고 가까움을 가려내는 구절[辨親䟽]

 

문자 이전의 도리를

헤아린다 해도 이미 전도인데

게다가 말을 통해 이해한다면

인도 땅만큼이나 영판 멀어지리라.

黑豆未生前  商量已成顚

更尋言語會  特地隔西天

 

삿되고 바름을 가려내는 구절[辨邪正]

 

어떠한 모습으로도 진실된 이치를 말할 수 없고

온갖 인연으로 분명히 가려내지 못하네

저쪽 산 귀신소굴에 들어앉아서

망상꾸러기를 면치 못하네.

罔象談眞旨  諸緣未辨明

守他山鬼窟  不免是精靈

 

주인과 객을 회통하는 구절[通賓主]

 

멀리 바람따라 찾아와 물으니

분명히 “쉬라” 말했지

재삼 말 해주어도 깨닫지 못하거든

잡일이나 하고 지내라

自遠趨風問  分明向道休

再三如不暁  消得個徭頭

 

알음알이를 털어내는 구절[擡薦商量]

 

서로 만나도 눈 깜짝않고

그대는 동쪽으로 나는 서쪽으로 간다오

붉은 노을은 푸른 바다를 뚫고

밝은 해는 수미산을 둘렀어라.

相見不揚眉  君東我亦西

紅霞穿碧海  白日繞須彌

 

요점을 들어 헤아리는 구절[提綱商量]

 

정곡으로 강령을 펼치려느냐

드넓은 대지가 되면 될 뿐이다

섬뜩한 칼날 부딪치려느냐

칼끝 들키는 꼴 면치 못하리.

若欲正揚綱  直須大地荒

欲來衝雪刀  不免露鋒鋩

 

실제(實際)에 입각하여 헤아리는 구절[據實商量]

 

잠 오면 졸고 때 되면 밥 먹으니

앉고 섬이 결코 다른 일이 되게 하지 말라

한가지 도를 다 알고 말에 현혹되질 않아

시방찰토를 바로 앞에 본다네.

睡來合眼飯來餐  起坐終諸勿兩般

同道盡知言不感  十方刹土目前觀

 

자세히 헤아리는 구절[委曲商量]

 

자재한 작용을 얻은 뒤로 곳곳마다 통하고

상황에 맞게 방편을 세우니 가풍을 알겠네

눈썹 드날리고 눈 깜작임 매한가지 눈이니

불자를 세우고 선상을 때림은 귀머거리를 위함이로다.

得用山來處處通  臨機施設認家風

揚眉瞬目同一眼  堅拂敲牀爲耳聾

 

복주(福州) 고산(鼓山)에 사는 원각종연(圓覺宗演)이 교정 감수하다. (판본(板本)은 복주의 고산에 있으며, 왕일(王溢)은 간행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