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종용록從容錄

종용록 下 제90칙 앙산의 삼가 사룀[仰山勤白]

쪽빛마루 2016. 6. 1. 12:16

제90칙

앙산의 삼가 사룀[仰山勤白]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굴원(屈原)이 홀로 깨었으니, 그것이 바로 흠뻑 취한 것이요, 앙산이 꿈 이야기를 하니 마치 깨었을 때와 같도다. 일러보라. 만송이 이렇게 말하고 여러분이 이렇게 들으니, 이것이 생시인가, 꿈인가?

 

본칙

 드노라.

 앙산이 꿈에 미륵(彌勒)의 처소에 가서 제2좌(座)에 앉으니,

 -일러보라. 제1좌는 누구던고?

 

 존자(尊者)가 사뢰되 "오늘은 제2좌가 설법할 차례요" 하였다.

 -소리를 낮추어라. 와서 시비를 말하는 자이니라.

 

 이에 앙산이 일어나서 백추(白椎)하고 이르되

 -법왕의 법을 자세히 관찰하니 법왕의 법이 이와 같습니다.

 

 "마하연(摩訶衍)의 법은

 -이 도리는 문장이 길다.

 

 4구(句)를 여의고 백비(百非)가 끊어졌습니다. 삼가 사룁니다" 하였다.

 -말은 맑은데 행은 흐리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앙산이 일곱 살에 선정에 들어가서 보니, 자신이 교주(敎主)와 가섭과 27조사들과 함께 같은 정사에 모였는데 그 당이 허공에 처해 있어 기둥도 주추도 없고 땅 빛은 유리 같았다. 깨어서 보니 여러 조사들과 같이 범상(梵相)이 구족한데 금란(金襴)가사를 수하고 발을 벗고 여덟번째 지위에 앉아 있었다. 그때 나이도 풍골도 매우 높은 어느 존자가 외치기를 "구담씨여, 오늘은 법사(法事)를 봉행하실 차례입니다" 하기에, 앙산이 자리에서 내려와 종[揵椎]을 울리고 사뢰되 "대중이여, 마음을 맑히시오. 마하연의 법은 4구를 여의고 백비가 끊어졌습니다" 하고는 자리로 돌아가자, 대중이 다 함께 헤아리고 따졌다고 하니 이는 뜻으로 풀이한 것이다.

 또 앙산 스스로의 이야기에 의하건대, 꿈에 미륵의 처소에 가서 세번째 자리에 앉았다 하였고, 「통요(統要)」에도 세번째 자리라 해서 본록(本錄)과 같다. 어떤 존자가 백퇴하고 이르기를 "오늘은 세번째 자리[第三座]가 설법할 차례입니다" 하매, 내가 일어나서 백퇴하고 이르기를 "마하연의 법은 4구를 여의고 백비가 끊어졌습니다. 자세히 들으시오, 자세히 들으시오 했느니라" 하였으니, 범어의 마하연나는 번역하면 대승(大乘)이요, 4구와 백비는 마조의 "지장의 머리는 희고 회해의 머리는 검다[藏頭白海頭黑]" 한 공안에서 이미 분명하게 설명했으니 여기에서 다시 하지 않노라.

 대위 수(大潙秀)가 이르되 "글을 따라 뜻을 풀이하는 일은 없지 않으나 홀연히 미륵의 회상에 작가가 있어, 그가 이르기를 "마하연의 법은……" 하는 것을 보자마자 얼른 "두 조각의 입술을 닥쳐라" 했더라면, 앙산의 잠꼬대만 멈추게 했을 뿐 아니라 후인들로 하여금 "꿈 속에 꿈을 이야기하는 짓도 면하게 했을 것이다" 했는데, 만송은 이로노니 "대위가 만일 광채를 돌이켜 되돌려 비출 줄 알았더라면 만송까지도 설 땅이 없게 되었을 것이다" 하노라. 꿈 속에 또렷또렷하고 취했을 때 또렷또렷할 자가 있는가? 천동의 송을 보라.

 

송고

 꿈 속의 납의를 걸치고 원로들께 참예하니

 -익은 경계는 잊기 어렵다.

 

 여러 성인 그득하게 그 곁에 앉았도다.

 -개가 사서(赦書)를 물고 가니 제후들도 길을 피하더라.

 

 어진 일을 당하여 양보치 않고 건추를 울리니

 -마음에 사람을 저버림이 없으니

 

 설법에 두려움이 없어 사자의 영각이라.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 없더라.

 

 마음 편안함이 바다와 같고

 -백 가닥 개울을 삼켜 용납하도다.

 

 담량(膽量)의 크기는 말[斗]과 같도다.

 -곁의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교인(鮫人)의 눈물이 도도히 흐르고

 -방울방울이 피로구나!

 

 큰 조개 창자 속에 구슬이 들어 있다.

 -간절한 마음 조각조각이라.

 

 잠꼬대가 자신의 비밀을 누설할 줄 누가 알았으리오?

 -손발이 모두 드러났다.

 

 기다란 눈썹은 집안 흉 드러냄을 비웃으리라.

 -누구 때문에 그리 되었는가?

 

 4구를 여의고 백비가 끊어짐이여,

 -말 소리가 아직 귓전을 맴돈다.

 

 마조의 자손들은 병들어도 의원을 찾지 않네.

 -저렸다 아팠다 귀신도 밝히기 어렵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동북쪽에 나라가 있는데 항상 깨어 있어 꿈이 없고, 중앙에 나라가 있는데 꿈과 깸이 반반이니 꿈 속에 한 것으로 거짓이라 하고 깨어서 한 일을 진실이라 하고, 서남쪽에 나라가 있는데 50일을 항상 꿈꾸고 한 번 깨어서 한 일을 거짓이라 하고 꿈 속에 한 일을 진실이라 하니, 이 깸과 꿈의 허망과 진실은 잘 알 수가 없다.

 용아(龍牙)가 송하되 "꿈 속에선 어찌 꿈이 거짓임을 알랴마는 / 깬 뒤엔 비로소 꿈의 거짓을 아나니 / 미혹할 땐 마치 꿈꾸는 사람 같더니 / 깨달은 뒤 도리어 잠깬 사람 같도다" 하였다.

 교가(敎家)에서는 꿈을 독두의식(獨頭意識)이 독영경(獨影境)을 반연하는 것이라 하였는데, 앙산은 오래전에 전도몽상(顚倒夢商)이 다했거늘 어찌하여 그러한 거취(去就)를 했을까? 「법화경」에는 이르되 "항상 좋은 꿈을 꾼다" 하였고, 「금광명경(金光明經)」에는 "십지보살에게는 열 가지 꿈의 경계가 있는데 어떤 꿈은 더욱 아름답다" 하였다. 자주(磁州) 대명전(大明詮)대사는 우스개를 좋아하였는데 인산 항(仁山恒)화상이 정(定) 시자에게 당부하여 항상 단속케 했더니, 대사가 이르되 "인생은 한 판의 꿈이니 즐겁게 한세상 살면 좋은 꿈이요 구속으로 한세상 살면 나쁜 꿈이다. 나는 차라리 좋은 꿈을 꾸리라" 했다. 다음날 시자가 방부를 떼면서 이르되 "앙산이 비록 꿈 속에서 세 가지 마하연법에서 노닐었으나 역시 성인 무리의 습기일 뿐이라" 하였다.

 건추(揵椎)란 백추뿐 아니라 무릇 종, 목어 등으로 대중을 경책하는 것은 모두 건추라 하나니, 번역하면 성명(聲鳴)이라 한다. 사자의 영각[師子吼]이라 함은 「증도경(證道經)」에 이르되 "사자후여, 두려움 없는 말씀이라" 하였고, "마음이 편안함이 바다와 같다" 함은 「법화경」에 이르되 "그 마음이 바다와 같아서 나는 듣자마자 의혹의 그물이 끊어지다" 하였다.

 촉지(蜀志)에 "상서대장군(尙書大將軍) 강유(姜維)의 자는 백약(伯約)인데 세상에서는 그를 두고 '간이 말만 한 강유[斗膽姜維]라' 하니라" 하였으니, 천동은 한 글자도 출처[來歷] 없는 말은 쓰지 않았도다. 임방(任昉)의 「술이기(述異記)」에는 "남해의 교인(鮫人)은 물에 사는데 길쌈하는 일을 쉬지 않고 눈물을 흘려 울면 구슬을 이룬다" 하였고, 「이문속설(異聞續說)」에 "한무제(漢武帝)가 호자하(瓠子河)에 거동을 납시니 키가 한 자 남짓한 어떤 사람이 구슬을 바쳤는데 동방삭(東方朔)이 이르기를 '강 밑에 깊이가 수백 길 되는 굴이 있고 그 속에 사는 조개의 내장에서 이 구슬이 나오는데 지름이 한 치 정도이고 밝고 빛남이 세상에 뛰어나다 합니다' 하였다"고 되어 있다.

 앙산은 다만 눈물 나오고 내장 아픈 것만 알았지 혀가 입 밖에 나오면 술이 참 성품을 흐리게 하듯 꿈이 천지의 기밀[天機]을 누설한다는 도리는 깨닫지 못해서 4구를 여의고 백비가 끊어진 도리를 한꺼번에 토해냈도다. 어떤 승이 마사(馬師) 부자에게 4구를 여의고 백비가 끊어진 도리를 물었는데 앞의 승에게는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으로 대했고 앙산은 마하연에 대한 주석을 내렸으니 앙산 또한 마조의 후손인데 어찌하여 약과 병이 같지 않는고? 좌탈입망[出身]하기는 오히려 쉬우나 티까지 몽땅 벗어버리는 도는 응당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