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양기록·황룡록 楊岐錄·黃龍錄

게송 1.

쪽빛마루 2015. 5. 31. 11:39

게송

 

조주감파*

趙州勘破

 

총림에서 걸출한 조주여

노파를 간파한 일, 이유가 있었구나

지금 세상이 거울처럼 맑으니

길 가는 사람은 길과 원수맺지 말지어다.

傑出叢林是趙州  老婆勘破有來由

而今四海淸如鏡  行人莫與路爲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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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스님이 사는 오대산에 들어오는 길가에 노파가 있으면서 납자들이 오다가 "오대산은 어디로 갑니까?" 하고 물으면 "곧장가시오" 하여 그가 서너 걸음 내딛으"멀쩡한 스님이 또 저렇게 가는군" 하였다. 나중에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말씀드리자 스님은 "내가 직접 간파해 보리라" 하였다. 이튿날 가서 그렇게 물으니 노파는 여전히 그렇게 대답하는지라 스님은 돌아와서 대중에게 말하였다. "내 그대들을 위해 그 노파를 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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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시랑이 태전스님을 봄*

韓愈侍郞見大顚

 

일등가는 종사(宗師)가 가풍을 펴서

정성을 다한 법문으로 한공(韓公)을 위했으니

사자 굴 속에는 다른 짐승 없고

코끼리왕 가는 곳 여우 자취 끊겼네.

宗師一等展家風  盡情施設爲韓公

師子窟中無異獸  象王行處絶狐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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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전스님에게 한유가 물었다. "제자는 군주(軍主)에 일이 많으니 긴요한 말씀 한마디를 일러주십시오." 스님이 잠자코 있자 문공(한유)이 어리둥절하거늘 삼평()이 시자로 있다가 선상을 3번치니 스님이 "무슨뜻인고?" 하자 삼평이 "먼저 선정으로써 동()하고 나중에 지혜로써 뽑아 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문공이 삼평에게 절을하고 사례하면서 "화상의 가풍은 높고 거세어 제자는 시자에게서 들어갈 자리를 얻었습니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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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스님이 개당을 하니 삼성스님이 어떤 스님을 밀침*

寶壽開堂三聖推僧

 

보화왕좌(寶華王座)에 처음 오를 때

삼성이 한 스님을 밀쳐 대중의 의심 결단했네

방망이 끝엔 분명히 노소가 없는데

천하에 눈먼 사람들 몇이나 알랴.

寶華王座始登時  三聖推僧決衆疑

棒頭分明無老少  天下盲人幾箇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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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스님이 개당하는 날 삼성스님이 중 하나를 밀어냈다. 보수스님이 그를 때리"그런 식으로 사람을 위해서야 그 중만 눈멀게 할 뿐 아니라 진주성 사람을 온통 눈멀게 할 것이다" 하자 보수스님은 자리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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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암스님이 곽산스님이 찾아온 인연을 봄*

秘魔巖見霍山到因綠

 

사숙과 조카 서로 만나 둘 다 꺼릴 것 없거늘

마침내 등을 어루만져 바보짓을 하였네

머리를 돌이키니 사람들이 비웃을까 두려워

천리 밖에서 나를 속이러 왔다 하네.

叔姪相逢兩不猜  到頭撫背似癡獃

廻首恐人生怪笑  報云千里賺余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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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산 비마암 스님은 항상 나무 집게[木枚] 하나를 들고 있다가 납자들이 와서 절을 하면 목덜미를 집고 말하되 "어느 마군이가 너를 중을 만들었으며 어느 마군이가 너를 행각하게 했는가? 대답을 하더라도 집어서 죽이고 못하더라도 집어서 죽이리라. 속히 말하라" 하였다. 그때 곽산스님이 와서 품안으로 뛰어드니 비마암스님은 등을 세 차례 문질렀다. 곽산스님이 튀어나가 손을 들고 말하기를 "삼천리 밖에서 나를 속였구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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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스님이 삼성스님에게 부탁함*

臨濟屬三聖

 

열반[圓寂]으로 돌아가려 하며 이별의 마음 펼 때

정법안장을 잘 지니라 간곡히 당부하였네

() 소리에 진흙탕 길 열리지 않으니

이로부터 눈먼 나귀 타는 사람 적었어라.

圓寂將歸叙別時  叮嚀法眼好任持

喝下不開泥水路  瞎驢從此少印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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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제스님이 세상을 뜰 때 삼성스님이 원주로 있었는데 임제스님이 상당하여 말하기를 "내가 떠난 뒤에 나의 정법안장이 멸망되지 않게 하라" 하니 삼성스님이 말하기를 "어찌 감히 스님의 정법안장을 멸망케 하겠습니까?" 하였다. 이제 임제스님이 말하기를 "갑자기 누군가가 물으면 그대는 무었이라 대답하겠는가?" 하니, 성스님이 말하기를 "나의 정법안장이 저 눈먼 당나귀에게 멸망될 줄을 누가 알았으리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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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운스님이 복사꽃을 보고 도를 깨달음*(3)

靈雲見桃花悟道

 

23월엔 햇빛도 따사롭더니

여기저기 복사꽃 나무마다 붉었어라

종장(宗匠)은 깨달아도 철저하지 못하여

지금도 여전히 봄바람에 벙글거리네.

二月三月景和融  遠近桃花樹樹紅

宗匠悟來猶未徹  至今依舊笑春風

 

용과 코끼리[龍象] 서로 만남 세상에 드물어

한 번 오고 한 번 감에 친소가 나타나네

요즘 사람 그 속의 뜻 깨닫지 못하고

잎을 따고 가지 찾아 객진(客塵)을 키우네.

龍象相逢世不群  一來一去顯疏親

時人不悟其中旨  摘葉尋枝長客盡

 

한 번 복사꽃 보더니 다시는 의심치 않았는데

총림에선 깨닫지 못했다고 옳다 그르다 하네

마땅히 알아야 할지니 사심없는 한 기운이라야

마른 나무에서 다시 싹 트게 할 수 있음을.

一見桃花更不疑  叢林未徹是兼非

須知一氣無私力  能令枯木更抽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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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주(福州) 영운 지근(靈雲志勤)스님이 위산에서 복숭아꽃을 보고 깨닫고는 시를 한수 읊었다. 30년 동안 검()을 찾던 나그네 / 몇 차례나 잎지고 가지 돋았는. 복사꽃을 한 차례 본뒤로는 / 오늘까지 다시는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는 위산스님에게 이야기하니 위산스님이 "인연따라 깨달으면 영원히 물러나지 않으리니 잘 간진하라" 했다. 어떤 스님이 현사스님에게 이야기하니 현사스님이 말하되 "당연하고 당연한 일이나 노형께선 아직 철저히 깨닫지 못했다고 확신하노라"하였다. 대중이 이 말을 이상하게 생각하므로 현사스님은 지장스님에게 묻되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니 지장스님은 "계침(桂琛)이 아니었다면 세상 사람들을 몹시 바쁘게 했을 것이니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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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가 시자를 세 번 부름*(2)

國師三喚侍者

 

국사가 시자를 세 번 부르니

풀을 헤침은 뱀을 놀라게 하려 함 뿐이었네

뉘라서 알랴. 산골물 푸른 소나무 아래

천 년 묵은 복령(茯苓 : 버섯의 일종)이 있음을.

國師三喚侍者  打草祗要蛇驚

誰知澗底靑松下  有千年茯苓

 

국사는 말을 꺼냈다 하면 헛소리를 낸 적 없으나

시자를 세 번 불렀어도 소식이 없었구료

평생에 속마음을 남에게 기울였으나

알고 지냄이 모를만 못하였네.

國師有語不虛施  侍者三喚無消息

平生心膽向人傾  相識不如相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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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양 혜충국사가 시자를 불러 시자가 네! 하고 대답하였다. 이렇게 세 번을 불러 세 번을 대답하니 국사가 말하기를 "내가 너를 저버린다 하렸더니 네가 나를 저버리는구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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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스님의 '차나 마시게'*(2)

趙州喫茶

 

조주가 사람 시험한 분명한 경계

무심코 입을 열어도 바로 속마음을 알았네

얼굴을 마주할 때 푸른 눈 없었더라면

종풍이 어찌 지금에 이르렀으랴.

趙州驗人端的處  等閑開口便知音

覿面若無靑白眼  宗風爭得到如今

 

서로 만나 묻고는 내력을 알아

친소를 가리지 않고 바로 차를 주었네

돌이켜 기억하니 바쁘게 왕래한 자들이여

바쁜 중에 뉘라서 항아리에 가득한 꽃향기를 알았으리.

相逢相問知來歷  不揀親疏便與茶

翻憶憧憧往來者  忙忙誰辨滿甌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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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묻기를 "여기에 왔던적이 있던가?" 하여 "그렇습니다" 하면 "차나 마시게" 하였다. 또 다른 스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여 이번에는 "왔던 적이 없습니다" 하면 이 때도 역시 "차나 마시게" 하였다. 이에 원주가 묻기를 "째서 왔던 이도 차를 마시라 하고 온 적이 없는 이도 차를 마시라고 하십니까?" 하니 스님이 "원주야!" 하고 불러 원주가 대답하거늘 "차나 마시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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