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앞의 잣나무*(3수)
庭前伯
조주가 뜰 앞의 잣나무를 말하니
납지들이 고금에 서로 전하였네
잎을 따고 가지 찾아서 이해를 했다 해도
나무 한 그루로는 숲을 이루지 못함을 어찌 알랴.
趙州有語庭前柏 禪者相傳古復今
摘葉尋枝雖有解 那知獨樹不成林
짙푸른 뜰 앞의 잣나무 조사의 마음 보이니
조주의 이 말씀 총림에 퍼졌네
구비서린 뿌리는 절개지켜 기름진 땅에 섰으니
납자들이여, 틀 밖에서 찾는 일을 쉬게나.
庭柏蒼蒼示祖心 趙州此語播叢林
盤根抱節在金地 禪者休於格外尋
온갖 나무는 시절 따라 시들기도 하지만
조주의 잣나무는 영원히 무성하네
서리를 견뎌내고 절개를 지킬 뿐 아니라
맑은 바람 맞으며 밝은 달 마주함이 얼마이던고.
萬木隨時有凋變 趙州庭樹鎭長榮
不獨凌霜抱貞節 幾奏淸風對月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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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묻기를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하자 "뜰 앞 잣나무니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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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릉의 쌀값*
廬陵米賈
여릉의 쌀값은 해마다 새로운데
길 가다가 듣는 헛된 말 다 진실은 아니라네
큰 뜻은 꼭 갈림길에서 물을 것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며 본래의 행인을 보아야 하리.
廬陵米價逐年新 道聽虛傳未必眞
大意不須岐路問 高低宜見本行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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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원 행사 스님에게 한 스님이 불법의 요지를 물으니 "여릉(강서성 부근으로 쌀의 주산지)에는 쌀값이 얼마나 하더냐?"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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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須彌山
선지식은 자재로와 결코 헛되지 않아서
근기에 맞추어 수미산을 뿜어냈다네
불쌍한 사람들은 금강(金剛)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서로 쫓아가며 해마다 길에서 시달리네.
作者縱橫終不虛 應機踊出須彌廬
人窮不到金剛際 相逐年年役路途
북두에 몸을 숨김*
北斗藏身
하늘에 있는 별 모두 북두로 향하고
땅 위의 물은 모두 다 동해로 빠진다
요즘 사람 몸을 숨길 곳 알려 한다면
키[簸箕]들고 딴 곳에서 방아 찧어야 하리.
天上有星皆拱北 人間無水不朝東
時人若識藏身病 拈取簸箕別處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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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스님이 운문스님께 묻기를 "무엇이 법신을 꿰뚫는 도리입니까? 하자 "북두에 몸을 숨기느니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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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스님의 물빛암소*(3수)
潙山水牯牛
옛날 위산에 물빛암소 있더니
지금은 늙어 거친 언덕에 누웠네
겉모습은 엉성하여 힘은 없어도
물 먹이니 여전히 좋은 소라오
사방의 푸른 들에 마음대로 놓아주었다가
천봉(千峰)에 눈이 하얗거든 재빨리 거두네
시절에 맞추어 들고 놓을 수 있다면
사방 가득한 뽕밭인데 무슨 근심을 하랴.
昔日潙山有水牯 而今老倒臥荒丘
形容卓立雖無力 灌啖依前是好牛
四野草靑隨處放 千峰雪白早須收
若能擡擧及時節 極目桑田何用憂
천군만대(千群萬隊)의 물빛암소도
위산의 한 마리에서 벗어나진 않네
무심히 몸에 지니면 항상 현전(現前) 하려니와
마음을 내서 찾는다면 찾지 못하리
크지도 작지도 않으나 근력은 있어
한 몸에 두 이름, 아는 사람 적어라
인연 따라 놓아주니 초목은 푸르고
늦은 석양에 거두니 천지가 어둡다네
끌고 놓아줌은 코 끝의 고삐여야만 하니
고삐 얻지 못하면 잡을 도리 없으리
고삐 없는 많은 세상 사람들
빤히 보면서도 이 도둑소를 놓쳐버렸네.
天群萬隊水牯牛 不出潙山這一隻
無心管帶常現前 作意追尋尋不得
不大不小有筋力 一身兩號少人識
隨綠放去草木靑 遇晩收來天地黑
收放須得鼻頭繩 若不得繩無準則
世間多少無繩人 對面走却這牛賊
위산의 물빛암소 뼈만 앙상하여
철 따라 털옷을 바꾸어 입는다
동자는 뿔에 받힐 줄 모르면서
덜렁대는 마음으로 별안간 허리에 타고서
홀연히 그림자를 가이없이 희롱하다가
모르는 곁에 몸 뒤집혀 구렁창에 빠져버렸네
곧장 일어났으나 소는 간데 없어지고
온몸은 진흙 속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네.
潙山水牯骨羸錐 改變毛衣隊四時
童子未知攀角上 麁心便要驀腰騎
忽然弄影無邊際 不覺翻身墮嶮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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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산스님이 대중에게 말하였다. "내가 죽은 뒤엔 산 밑 마을에 가서 한 마리 물빛 암소가 되어 왼쪽 겨드랑이 밑에 '위산의 중 아무게'라 쓰겠다. 그때 만일 위산이라 하면 암소를 어찌하여 암소라 하면 내 이름은 어찌하겠는가?" 그러자 앙산 스님이 나와 절을 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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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자에게 주는 글
示禪者
남북을 분간 못하고
천지를 속이면서
현묘한 도리를 논함은
당나귀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
南北不分 欺天罔地
說妙談玄 驢鳴狗吠
전대도에게 답함
和全大道
음광(飮光)존자는 한량 없는 세월을 좌선하였고
포대(布袋)화상은 일생동안 정신이 빠졌다
학질 걸린 개는 천상에 태어남을 원치 않고
도리어 구름 속의 백학(白鶴)을 비웃네.
飮光論劫坐禪 布袋終年落魄
疥狗不願生天 却笑雲中白鶴
남악의 높은 누각에서 납자에게 주는 글
南嶽高臺示禪者
풀을 헤치고 바람을 맞아 삿됨과 바름을 가려내려면
우선 눈[眼]속의 모래를 집어 내게나
머리를 들고 천황(天皇)스님의 떡을 맛보면
빈 마음으로 조주스님의 차 마시기는 어려우리
남전(南泉)스님은 말 없이 방장실로 돌아가고
영운(靈雲)스님은 복사꽃 보고 깨달아 오도송 읊었네
처음부터 나를 위해 고친 글[雌黃]을 꺼내어
총림의 올바른 선지식을 보려 해야 한다.
撥草占風辨正邪 先須拈却眼中沙
擧頭若味天皇餠 虛心難喫趙州茶
南泉無語歸方丈 靈雲有頌悟桃花
從頭爲我雌黃出 要見叢林正作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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