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양기록·황룡록 楊岐錄·黃龍錄

게송 3.

쪽빛마루 2015. 5. 31. 11:46

남악에서 수납자를 전송함

南嶽送秀禪者

 

인공(人空)과 법공(法空)을 깨닫고

문득 나를 하직하고 수많은 봉우리를 떠나려 하는구려

- 그대의 지견(知見) 아직 통달치 못하였으니

인연 따라 시설해선 실로 통하기 어려워라

연못에 비친 달을 마음에 두어 붙들지 말고

절개를 지녀 눈 맞은 소나무를 속여야 하네

여기를 떠나 안온한 곳을 알려는가

천태(天台)와 안탕(上蕩)은 강동(江東)땅에 있다네.

悟得人空與法空  便擬辭予出亂峯

嗟汝見知猶未達  任緣施設信難通

心勿守澄潭月  秉節須欺帶雪松

此去欲知安穩處  天台鴈蕩在江東

 

황벽산 초유나에 부침

寄黃檗初維那

 

방망이를 얻어맞고는 단제(황벽)스님을 붙들어 도와주었고

병을 걷어차고는 그 자리에서 위산 스님을 얻었다네

시비거리는 총림의 입을 식히지 않았는데

무슨 사건이 세간에 가득 퍼지나.

喫棒祗因扶斷祭  趯甁當下得潙山

是非未寒叢林口  何事流傳滿世間

 

운전좌에게 주는 글

示雲典座

 

훌륭하신 우리 황제의 도 순박하여

순조로운 비와 바람 곳곳에 들리네

채소밭 푸른 채소에 벼는 벼대로 익으니

때맞은 변통은 모조리 그대 덕분이라네.

當今明聖道唯淳  塊雨條風處處聞

園裡菜靑禾又熟  時中通變盡由君

 

남악의 파초암 주인에게 부침

寄南嶽芭蕉庵主

 

영원(靈源)에서 헤어진 후 또 한번의 봄을 맞으니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나 만날 길 없음이 한스러워라

대사껜 파초를 심는 비결 있으니

다음 사람을 뽑아서 전수하는 일 삼가시오.

一別靈源又一春  欲期再會恨無因

吾師有種芭蕉訣  愼莫傳持取次人

 

절에서 물러나 여산을 이별함

退院別廬山

 

10년 여산 살던 중이

하루아침에 층층 바위를 나오네

옛 친구와 강가에서 이별하는데

와로운 배는 날아오르는 학을 실었네

물결은 강언덕을 따라 구비치고

돛은 바람 부는대로 휘어지니

가고 머뭄에 본래 집착이 없어

선가에선 사랑과 미움이 끊어졌다오.

十年廬嶽僧  一旦出巖層

舊友臨江別  孤舟帶鶴登

水流隨岸曲  帆勢任風騰

去住本無著  禪家絶愛憎

 

옥산으로 되돌아가는 사백을 전송함

送師伯歸玉山

 

오실 땐 가을바람 불더니

가실 땐 봄바람 이는군요

바람의 성품 본래 집착이 없듯

사백의 마음도 역시 그러합니다.

옛 절 되돌아가 옥산을 그리워하시니

아득히 천리길이군요

떠나보내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아득히 넘실대는 텅 빈 강물뿐이군요

來時秋風生  去時春風起

風性本無著  師心亦復爾

舊寺歸懷玉  迢迢千百里

送別何所談  浩渺空江水

 

앙산 원감원에게 베장삼으로 보답함

酬仰山圓監院布衫

 

먹물옷 난삼[襴]을 누가 알아보랴

소매 끝과 옷깃이 퍽이나 잘 어울리네

조주는 일찍이 일곱 근의 무게를 보였고

동산[洞上]에선 두팔기(竇八機)를 온전히 제창했다오

칠하지 않은 산색 물색은 눈에 넘치고

단엄한 몸은 지조를 기대할 만하구려

자재롭게 염부제를 붙어 살면서

도리어 요란한 서리바람 비웃는다오.

墨黲襴衫誰辨別  袖頭打領頗相宜

趙州曾示七斤重  洞上全提竇八機

溢目不粧山水色  嚴身堪作歲寒期

縱橫著在閻浮世  翻笑霜風遼亂吹

 

· 안 두 납자를 전송함

送勛顔二禪者

 

() 밖엔 별다른 일 없어

봄기운 타고 수려한 물로 가는구나

나에게 반게(半偈)를 구하고

나아가서 고달픈 중생을 위로한다네

해가 나오니 안개 구름 흩어지고

바람이 훈훈하니 초목이 무성하다

거듭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랴

법마다 본래 원만히 이루어진 것을.

禪外無餘事  乘春秀水行

就予求半偈  前去慰勞生

日出雲霞散  風和草木榮

何須重話會  法法本圓成

 

부가 한두 번 나와서 문병한 데 대해 감사드림

謝富一二修造問病

 

어리석음을 따라 애욕이 있으니

곧 나의 병 생겼고

유마가 모범을 보이자

문수가 이윽고 떠났네

· (· )가 서로 어긋나

· (· )이 서로 부딪쳐

각각 어울리는 곳 없는데

어찌 분별해 앎을 용납하랴

오가는 말은 다함 있어도 생각은 다함이 없어

달은 차가운 연못에 교교한데 가을 이슬은 방울방울 맺히네.

從癡有愛  則我病生

淨名垂節  文殊遂行

地水相違  火風相擊

名無所從  寧容辨識

分飛言盡意不盡  月皎寒潭秋露滴

 

착유나를 전송함

送著維那

 

청정한 원력의 마음을 버리지 않고

소매를 걷어부치고 다시 미혹한 뭇중생 교화하는구려

떠나보내며 오직 보름달에 부탁할 뿐이니

밤마다 같이 다니지만 다른 시내에 이르리다.

淸淨願力心未捨  卷衣又出化群迷

送行唯託金論月  夜夜相隨到別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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